문화와 건강, 경제 회복 김치에서 시작
10년 전부터 ‘백 투더 짐치터’운동 펼쳐
한국발효식품연구소 이미란소장

한국발효식품연구소 이미란 소장이 경기도 양평에 있는
연구소 내에 있는 텃밭에서 체소를 뜯으며 김치의 우
수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 에코비전 21>
“김치는 알다시피 발효식품입니다”
한국발효식품연구소 이미란 소장(51.사진)은 김치의 정체성에 대해 먼저 강조했다. 너무 뻔하고 다아는 일이지만 그럴수록 한 번 더 되짚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듯 했다.
이 소장은 10년 전부터 직접 김치를 담궈 먹자는 ‘백 투더 짐치(Back to the Gimchituh,이하 김치로 표현)’ 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김치로부터 문화와 건강이 시작되고 경제가 회복된다는 뜻을 담아 매월 한차례 씩 김치 담그기 체험행사를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해왔다.
사경헤맬 때 묵은 지 생각나
이 소장이 발효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이다. 아프간에 봉사를 갔다 풍토병에 걸려 2년 가량 반신불수 상태로 병석에 누워 있었다.
“어느 날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사경을 헤맬 때 그는 묵은 김치와 된장이 먹고 싶었다. 주황색의 묵은 김치와 잘 발효된 노란색의 된장이 떠올랐던 것. 몸 상태가 좀 나아져 음식을 삼킬 수 있을 때쯤 묵은 김치를 아주 잘게 다져 조금씩 삼켰다.
“묵은 김치를 입안에 넣었을 때 향미와 목젖으로 넘어가면서 온몸에 전해졌던 그 느낌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요. 발효식품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때 제 몸에서 김치에 함유된 많은 균들을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 경험으로 발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이름난 발효식품 전문가를 찾아 다녔다. 서울대 문헌지식정보 최고위 과정 등을 다니며 동서양의 발효 관련 문헌도 섭렵했다.
유통기한 없는 발효식품
앞서 지적했듯 이 소장은 김치는 유통기한이 있는 유지 식품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발효식품임을 강조했다. 제대로 담근 김치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이다. 묵은 지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의 경우 맛의 표준화가 어려움을 강조했다.
“어린 시절 맛본 김치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치체험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릴 때 그 맛이라며 감격하거나 눈물 흘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음식은 그렇게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가장 맛있는 재료로 담그는 김치 캘린더 제안
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역별 김치 외에도 계절별 김치 등 김치 종류는 다양하다며 월별 김치 캘린더를 제안했다.
<이미란 소장이 제안하는 김치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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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김치 |
1월 |
연꽃 동치미/실갈치김치 |
2월 |
봄동 걸절이/하루나 |
3월 |
시금치 김치/ 움파김치 |
4월 |
미나리 김치 |
5월 |
알타리 김치 |
6월 |
오이소박이/ 양파김치 |
7월 |
풋고추 김치 |
8월 |
열무 물김치 |
9월 |
한가위 김치 |
10월 |
겨 김치 |
11월 |
보쌈김치 |
12월 |
동치미 |
김치 캘린더는 그 달에 가장 맛있는 재료로 김치를 담그자는 것이다. 예로 미나리 김치를 4월에 담그는 이유는 4월 미나리가 가장 맛있고 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3월 미나리는 너무 연하고 줄기가 가늘어 볼품이 없고 5월에는 너무 자라 줄기가 굵고 질기다. 그래서 미나리 김치는 4월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또 풋고치 김치는 7월에는 담근다. 노지에서 자란 7월 풋고추는 나무로 치면 4-5년생 나무에서 나온 것과 같아 가장 싱싱하고 맛이 좋다. 9월 푸고추는 30년생 나무에 자란 것과 같아 영양적인 측면이나 김치 담그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장은 아무리 맛있고 건강에 좋다고 해도 김치를 담그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재료 고르기부터 시작, 절이고 씻고 치대고 저장하는 과정까지 김치는 종합예술 작품이다. 어느 한 과정이라도 소홀이 하면 김치가 제 맛이 나지 않는다. 꾸준히 만들어 익숙해지는 것 말고 왕도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 김치를 함께 담그고 나눠먹으면서 일이 아닌 놀이문화로 만들어간다면 언젠가는 혼자라도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김치는 환경변화 속에서 우리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식품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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